전진상교육관

 

 

 
작성일 : 20-02-21 00:05
[소식] 조선일보 1월31일 문화클릭- 신선미 선생님 기사입니다.
 글쓴이 : 전진상
조회 : 15,250  

유년기 트라우마 감추고 살았다면…

그 상처 드러내세요

조선일보
입력 2020.01.31 03:01

[가톨릭 영성심리 상담하는 신선미 소장]
상처 자체보다 은폐가 더 문제… 분노와 슬픔도 삶의 에너지 돼
소통하는 것이 치유의 출발점

결핍은 세대 간 사회현상이기도
자녀들 과잉보호로 키우면 힘 없는 어른이 될 수 있죠

"남편이 딸을 예뻐하는 것을 질투한 여성,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순간 '시원하다'는 감정이 든 남성이 있습니다. 둘 다 죄책감을 느꼈지요. 상담해보니 '결핍'이 문제였어요. 각각 어린 시절 아버지 사랑을 받지 못한 것과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한 상처였지요. 사람은 마음에 결핍이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다섯 살' '일곱 살'등 유년기에 머물게 됩니다."

서울 명동성당 인근 옛 계성여고 후문 앞 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 상담소는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붐비는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곳이다. 신선미(60) 소장은 2009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자아의 통합과 영성'을 주제로 강좌를 열고 있다. 1·2학기 과정으로 총 28주간 진행되는 강좌엔 매번 40여 명이 참여한다. 자아의 성숙 과정을 살펴보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소문이 나면서 올 3월부터는 기존 목요일반에 이어 직장인 등을 위해 토요일에도 강좌를 개설한다.

인파로 가득한 명동 거리에 선 신선미 소장
인파로 가득한 명동 거리에 선 신선미 소장. 그는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감추고 산다"며 "이를 드러낼 때 치유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지금은 항상 밝은 미소에 활달한 신 소장이지만 그 역시 '약한 일곱 살'로 보낸 오랜 시간이 있었다.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병약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서 병약한 어린 딸은 '애물단지'였다. 가족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란 죄책감을 갖게 됐고 떼쓰는 건 엄두도 못 냈다. 당연히 감정은 억누르고 살았다. 20대에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던 중 천주교 재속(在俗)단체인 국제가톨릭형제회에 입회해 독신 생활을 하게 됐고, 인간관계 훈련을 받으며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됐다.

"어느 날 그룹 모임에서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참 지나 사람들이 '왜 표정이 어둡냐' 묻기에 '사실은 아까 이야기 듣고 기분이 안 좋았다'고 했죠. 사람들이 '그건 아까 이야기잖아?' 하는데 비로소 '참기만 하면서 살아온 나'를 발견했죠."

'개안(開眼)'의 순간 이후 본격적으로 심리상담을 공부했다. 서강대 교육대학원에서 심리상담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영국에서 2년 과정의 통합영성심리상담 코스도 밟았다. "신앙적 영성(靈性)은 사랑이 바탕인데 몸과 마음, 영혼이 충만해야 사랑도 나눌 수 있지요. 그런 점에서 영성과 심리를 통합해 훈련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심리적으로 성숙하지 않으면 독실한 신앙심 역시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상담을 하고 강좌를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가 아프구나'라는 걸 느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가 있는데 치유하는 방법을 모르고 묻어두기만 한다는 것. "상처 자체보다 은폐가 더 문제입니다. 은폐하는 이유는 수치심·자존심 때문입니다. 강좌에서 서로 상처를 이야기하면 '다 내 얘기'라고들 하세요." 그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다. 분노·기쁨·슬픔 심지어 공격성조차도 자기 존중과 자신을 보호하려는 에너지이자 창조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감정의 관리. 가령 명절에 아내가 시댁 식구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편은 그 감정을 평가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라는 식이다. 거기 대고 "처가 식구들은 뭘 잘했다고?' 식으로 반응하면 싸움이 된다.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고 소통하는 것이 문제 해결, 상처 치유의 출발점이다.

신 소장은 '결핍'은 세대 간 사회현상으로도 나타난다고 했다. 현재의 부모 세대가 "우리 때는 이런 환경은 꿈도 못 꿨어. 너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아?"라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며 사육(飼育)하는 것도 자신들의 '결핍'을 자녀에 투영해 강요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현재의 자녀 세대가 성인이 됐을 때를 우려한다. "과잉보호에 질린 나머지 자녀를 '방치'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부모 될 힘이 없는 어른이 될 수도 있어요."

강좌와 대면 상담으로 온갖 상처와 고민을 들어주는 신 소장은 "그래서 항상 기도는 빼놓지 않는다"고 했다. "스스로를 내려놓고 돌아보는 기도를 통해 다시 힘을 얻습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1/20200131000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