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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9-10 15:21
[소식] 한겨레 9. 10
 글쓴이 : 전진상
조회 :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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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감에서 자기통제감을 갖는 법

등록 :2020-09-10 08:23수정 :2020-09-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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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well/well_friend/961562.html#csidxe65ae05d9d0ccde988eb275f4bb8921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몹시 가난했다. 아버지가 경제적으로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오빠는 고교 졸업 뒤 바로 취직을 해 실질적인 가장이 되었다. 한 사람의 월급으로 한창 공부 중인 형제 5명의 학비를 대고 가족들이 먹고사느라 월급날이 되기도 전에 쌀과 연탄이 떨어졌다. 어머니의 머릿속은 늘 해결해야 하는 생활 문제로 꽉 찼고, 근심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어려울 때일수록 잘 먹고 힘을 내야 한다’며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가끔은 미장원에 가 머리를 다듬고, 장롱에 있는 낡은 옷이라도 잘 손질해 예쁘게 꾸몄다. 그런 어머니의 태도를 보면 가난으로 의기소침해지다가도 힘이 났다.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성장해 결혼하고, 6·25전쟁과 휴전 뒤 절대 가난의 시대에 7남매를 길러냈다. 어머니가 살아온 힘은 ‘살고 봐야 한다’는 강인한 정신력이었다. 심리학을 배우고 상담을 하면서, 어머니 삶의 모토에 담긴 정신의 힘이 자기통제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기통제감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상황과 사건이 주는 도전·제약을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 통제하는 힘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자기통제감을 가진 사람들은 고난과 좌절이 오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무기력해지기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헤쳐 나아간다.

요즘은 준전시 상황과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격과 방역의 전쟁, 역대급이라는 홍수와 폭염, 태풍 등 고난의 연속이다. 고난이 장기화하면 몸도 마음도 지치고, 무엇보다 생존의 위협과 자율성 상실로 사람들이 무기력감에 젖는다. 무기력감은 어떤 일에 대해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무기력하면 사기가 떨어지고, 활동력이 떨어진다. 일상에 집중하기 어렵고, 기억력이 둔화하며, 우울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통제감을 길러야 한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외부 요인이나 상황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 한계 안에서 자기의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자기가 처한 현실의 세계를 깊이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 누구나 그런 힘이 있고, 그 힘을 현실에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통제감을 갖는 일의 기본은 몸을 돌보는 것이다. 자기 몸을 방치하는 것은 무력감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몸이 우리를 지탱해주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다. 상실된 것, 제한돼 할 수 없는 것들을 아쉬워하고 분노하기보단 새로운 삶의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고는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는 것이다.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수히 많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정신으로 말이다.

신선미(가톨릭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